2006년 10월 10일 <한겨레 신문>
외환위기 이후 지난 9년간 성공한 자영업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직장에서 내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창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동업자간 치열한 경쟁과 침체된 내수경기 탓에 고통 받았다. 텅 빈 가게는 싸늘했고, 미래 전망은 아득했다. 그렇다면 이른바 성공한 자영업자는 유별난 인간승리 드라마의 주인공들일 뿐일까?
지난 7일 소상공인진흥원과 전국신용보증재단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성공사례 수기공모전’ 당선자들은 식당·꽃집 등 이른바 ‘과열경쟁(레드오션)’ 시장에서도 적절한 고객·직원관리와 마케팅 전략을 통해 성공시대를 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영업에도 경영원칙을 적용하라” =최우수상을 받은 대구 강남복어 김남영(47) 대표는 “창업 뒤 반복된 실패가 가르쳐준 교훈은 음식점 성공에도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7년 섬유업체에서 퇴직한 뒤 중국음식점을 창업한 그는 이후 갈비집, 복어집 등을 잇따라 열었지만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여파로 주저앉고 말았다. 마지막 수단으로 2002년 아파트를 처분해 복어집을 재창업한 그는 대구남서부 소상공인지원센터 김경숙 상담사의 도움을 얻어 고객관리 리스트 작성에도 착수했다. 고객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꽃바구니를 선물하고, 방문고객의 구두를 닦아주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은 식당매출에서 단골고객 비중이 80%를 넘는다고 한다. 직원관리도 남달랐다. 인근 영진전문대의 서비스교육 프로그램에 직원들을 보냈고, 대학교수나 풍선아트 강사 등을 식당으로 불러오기도 했다.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성과급을 주는 등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힘쓴 결과 평균 근무기간도 3년을 넘길 정도다.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창업도우미 업체로 예비창업자들에게 현장체험의 기회를 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는 김 대표는 “직원들과 함게 직영체제의 추가 점포들을 열어 상장기업으로 키우는 게 앞으로의 꿈”이리고 말했다.
“나만의 틈새시장을 찾아라” =여성전문 경비·경호업체인 퍼스트레이디의 고은옥(28) 대표는 여성 고유의 재능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험을 소개해 우수상을 받았다. 고 대표는 2700여개 업체들이 몰린 국내 민간경비 시장에서 ‘틈새’ 공략에 성공한 사례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대학 초년생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경호업무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3년 적금·보험을 깨고 여성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창업에 나선 그는 스토킹,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여성경호원을 선호하는 영역을 공략해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사업 안착에는 다른 여성기업인들의 조언도 힘이 됐다. 고 대표는 “여성벤처협회, 여성경제인협회, 전문직여성클럽 등에서 만난 선배들로부터 남자들과 교류하고 경쟁하는 노하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감동할 때까지 포기는 없다”=같은 우수상 수상자인 차귀금(39) 대표는 꽃집 이지플라워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1999년 대전시 변호사회관의 1층 구석에 5평 꽃집을 냈지만 보수적인 전문직 종사자들을 쉬 고객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짜낸 아이디어가 건물로비 한쪽에 매주 각기 다른 꽃꽂이 작품을 전시하는 것. 일년이 지난 뒤부터 조금씩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면서 매출도 늘었다. 꽃 선물에 익숙지 않은 고객에게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것도 그의 성공비결. 차씨는 “꽃을 산 뒤 쑥스러워하시는 할아버지 한분을 위해 딸처럼 팔짱을 끼고 찻길을 건네드린 적이 있다”면서 “나중에 알고보니 유명 건설사의 회장님이었고, 덕분에 꾸준한 기업고객을 유치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기공모 당선자들은 한결 같이 한두차례의 실패를 교훈삼아 자신만의 사업체계를 잡은 사람들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조금제 과장은 “경영·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운영자금 대출 등 정부지원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 ”이라고 설명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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