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전사들] 31人의 낭자군 이라크를 가다
[속보, 주간지, 세계] 2004년 03월 09일 (화) 19:23
전쟁은 영웅을 원한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몰아치는 전쟁의 극한 상황일수록 대중은
영웅의 등장을 목말라 한다.
2002년 이라크 군에게 포로로 잡힌 여군이었던 제시카 린치(당시 19세ㆍ일병) 구하기에
나선 미군 특수 부대원들이 마침내 구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미국을 환호와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적군과 교전을 벌이며 극렬하게 저항하다 총탄에 맞아 생포된 린치 일병은 하루 아침에 영웅으로떠올랐다. 그의 극적인 구출 소식은 반전 운동으로 흩어져
있는 국민들의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고 미군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결국 그 사실 자체가 조작극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영웅 만들기에몰두했던
미 국민들에게는 사실의 진위 보단 그 파격의 효과에 무게를 둘뿐, 그저 일개 해프닝(?)으로 치부되더니 금새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나 ‘GI 제인’은 린치 일병 효과 보다 더 강한 감명으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각인됐다.
혹독한 해군 특수부대(Navy Seal) 지옥 훈련을 이겨 낸해군 장교인 데미 무어가 남성과
‘차별의 벽’을 무너뜨리는 활약상을 지켜 보면서, 인간 승리를 이뤄 낸 그 강인한 정신력에 사람들은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 이라크로 떠나는 우리의 자이툰 부대를 바라보면서 이젠 파란 눈이 아닌 우리 여군 속에서도 이 같은 영웅이 나와주길 내심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지 도 모른다.
인기몰이에 성공한 영화의 주인공인 GI제인이 아니라, 현실속의 여전사들을.이라크 현지
대민업무에 투입한국판 ‘GI제인’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여군 31명이 내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이라크 북부의 키르쿠크로 4월 초에 전격 파병 된다.
베트남 전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될 이라크 평화ㆍ재건사단(일명 자이툰부대)에 참여하는
이들은 현재 경기 광주 특전 교육단에서 정식 부대 편성을 마치고,현지 파견에 앞서 각종
교육 훈련과 장비와 물자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가하고 있다.
이라크로 떠날 우리 여군(장교 17명, 부사관 14명) 정예 요원들은 주로 의전을 비롯해
간호와 정보, 공보, 경리, 전산, 통역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민사 여단에서 활약하게 될
부사관들은 여성과 관련된 각종 임무 등 현지에서 필요한 작업을 맡게 된다.
이들이 이라크에 파병된 미 여군들처럼 토마호크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F-18 전투기를
조종하며, 적진과 교전을 벌이는 전투병으로 참여하는 것은절대 아니다. 하지만 적의 매복 공격이나 테러의 위험을 받을 경우, 교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이툰 부대는 구두 경고-공중 경고 사격-조준 사격 등의 3단계로전투 돌입 과정을 규정,
자위권 차원의 반격을 제외한 선제 공격은 원칙적으로 불허했다. 그러나 이번에 파견될
여군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각종 병기사용 수칙과 전투 능력 배양 훈련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현지에 파병될 자이툰 부대 요원들은 아랍문화권의 전통과 관습에 따라 신체수색의 경우 인격을 모독하거나 성적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남성이 고개를 들고 현지 여성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것 자체가
관습적으로 금기시되는 예에서 보듯, 무심코 취한 행동 때문에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높다. 따라서 이번에 파병될 우리 여군들이 직접 나서 몸수색을 벌여야 하는 등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는 그 어느때보다 막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여군의 파병이 거둔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지난해 10월 이라크 남부나시리야에
파병돼 현재 주둔중인 의료지원단 제마부대 2진 소속 경비 중대원 중의 한국 여군 2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특전사 여군 중대 송정복(39)상사와 박세영(24)하사는 1964년 베트남에 한국군을
파견한 이래 여군으로서는 처음으로 현지 공식 경비요원으로 근무중에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부대원들의 신변 경호와 여성 환자를 안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특전사 경력 19년째의 송 상사는 대 테러팀에서 5년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로,태권ㆍ
합기도가 각각 2단 등 유단 무술 합계만도 7단으로 500여 차례의 공중강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 테러팀에서 정예 요원 교육을 받은 박 하사는 태권도 2단 등 무도 합계가 6단으로 화기 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한국 여성의 강인함과 섬세함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임무 수행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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